"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였어요. 사월이 그 자체였죠."
배우 김우빈이 신예 강유석을 두고 한 말이다. 강유석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주인공 사월 역을 맡았다. 2018년 '신의 퀴즈:리부트'로 데뷔해 웹드라마와 독립영화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250억원 예산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급 작품에 주연으로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서 SBS '법쩐'에서 청년검사 장태춘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지만, 촬영은 '택배기사'로 먼저 마쳤다.
"'택배기사'가 공개된 그날 밤에 부모님이 '다 봤다'면서 연락이 왔어요. '사월이가 너무 귀엽다'고, 저의 개구쟁이 시절을 보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근데, 그거 어디서 찍은 거냐'고 물어보셔서 '반 이상이 CG라 블루스크린 앞에서 찍었다'고 설명해 드렸어요. 저도 CG가 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도 그렇게 느끼셨나 봐요."
'택배기사' 사월 역에는 국내 20대 남자 배우 대부분이 지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화 '감시자들',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배우 김우빈과 송승헌이 캐스팅된 작품이었다. 동명의 원작 웹툰에서도 사월의 역의 비중이 상당했던 만큼 누구나 욕심냈던 작품이었던 것.
강유석은 "제 입으로 말하기가 민망하지만(웃음), 경쟁률이 1500대1정도 됐다"며 "당시 코로나19가 심할 때라 먼저 영화 '마스터'에서 김우빈 선배님이 연기한 한 장면을 연기하는 지정 미션 영상을 1차로 제출했고, 이후 조연출님이 계신 2차 오디션을 거쳐 최종 오디션에서 '택배기사' 1회 사월의 대본 중 일부를 연기했다"고 오디션 과정을 설명했다.
액션도, 주연으로 극을 이끄는 것도 '택배기사'를 통해 경험하는 많은 것들이 "처음이었다"고 했지만, 강유석은 '인류 계급'에 분류조차 되지 못하는 난민에서 택배기사로 성장하며 그들의 희망이 되는 사월을 연기하며 풋풋한 매력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는 "올해 서른이 됐다"는 강유석은 "평소에도 철이 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라면서 극 중 사월이 짓는 무해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큰 작품, 큰 역할이라 '잘해야 한다', '잘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사월을 이해하고 표현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작품에 임했던 각오를 전했다.
극 중 사월은 택배기사 선발대회에 참가해 난투 대결과 죽음의 레이싱, 마지막 레슬링까지 총 3단계의 미션을 수행하며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강유석은 사월을 연기하기 위해 매일 3시간씩 고강도 액션 훈련을 받았다.
강유석은 "기초체력 운동을 1시간, 합을 맞추는 게 1시간, 낙법 등을 배우는 데 1시간 정도였는데, 처음엔 '왜 이렇게 기초 체력 운동을 하나' 생각했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합을 여러 번 맞춰야 하고 그게 체력이 있어야 같은 몸 상태로 여러 번 촬영할 수 있어 그런 거였다"면서 "'법쩐'은 대사량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거 같았다면, '택배기사'는 몸이 힘들었는데, 저한테는 '택배기사'가 더 잘 맞는 거 같았다"고 고백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 선배 연기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함께 촬영하는 분들이 다들 정말 잘해주셨어요. 특히 김우빈 형은 평소 형이 출연한 '마스터', '스물' 등의 작품을 정말 재밌게 봤고, 선배로서 배우로서 좋아했던 분인데, 인성도 너무 훌륭한 분이셨어요. 저는 신인인데 먼저 말도 걸어주고, 반가워해 주시고요. 저도 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송승헌 선배님은 제가 8살 때쯤 '가을동화'를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저에겐 너무 연예인 같아서 너무너무 신기하더라고요. 특히 그 '방부제 미모'와 매너가 너무 멋있었어요."
강유석은 열연을 펼쳤지만, '택배기사'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있었다. 특히 원작과 달리 사월의 비중이 줄어든 부분에 아쉬움을 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강유석은 "다른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시청자들에게 당부했다.
"감독님도 말씀해 주셨는데, 원작의 설정만 따온 새로운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원작을 다 보진 않았어요. 세계관은 동일하지만, 변화가 있는 이야기죠. 그 대신 저희만의 매력이 많아요. 5-8(김우빈 분)의 매력도 보이고, 그렇다고 사월의 매력이 안 보이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만의 색이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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